분류없음2012.11.05 08:14

어제 밤 10시부터 약 8시간 동안의 작업 끝에 오늘 새벽 6시쯤 서비스를 새로 개편하여 적용시켰다. 10/5에 처음 오픈했으니 꼭 한 달 만의 변화. 한 달만에 일어난 변화치고는 좀 큰 폭의 변화를 주었는데, 이 한 달 동안 또 다시 느낀 것은

  1. 내가 주고 싶은 것을 주는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고, 
  2.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실행을 통해 생각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일일수학이 지향하는 바는 애초에 밝혔듯이 학생이 어떤 부분을 잘 모르고 어떤 부분을 잘 아는지 분석하여 학생에게 맞춤 문제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건 서비스를 개편한 지금도 변하지 않는 지향점이다. 

그러나 한 달 동안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느꼈던 것은 확실하게 느낄 수 없는 좋아 보이는 가치에는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으며, 당장 자신에게 명확한 가치를 줘야지만 움직인다는 것. 이것은 얼마 전에 썼던 '플랫폼을 하기 전에 살아 남을 궁리부터'라는 글에서 얘기한 바와 마찬가지로, 뭔가 멋지고 대단한 가치가 있는 서비스를 만들기 전에, 작더라도 지금 당장 어필할 수 있는 확실한 가치가 명확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맞춤 컨텐트를 제공하려면 학생의 실력을 알아야 하고, 학생의 실력을 알려면 그 학생이 푼 결과에 대해 채점 결과를 입력받아야 한다. 이건 현재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습관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므로, 사람들이 지금 당장 확실히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맞춤 컨텐트를 주지 않는한 일어나기 힘든 일. 사람들이 변하려면 믿음을 줘야 하고, 그 믿음이 오랜 기간 동안 쌓여서, 믿을 수 있는 브랜드가 형성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어떻게든 맞춤 컨텐트를 제공하려면 채점 결과를 입력받아야 하기에 채점하지 않으면 만들 수 있는 문제지를 2개로 제한한 것은, 동네 조기축구회도 안 되는 수준의 축구팀이 입장료를 내야 우리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하는 것과 어찌 보면 비슷한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일일수학 서비스를 통해서 지금보다 좀 더 수학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지향점은 변하지 않았다. 단지 변한 것은 그 지향점으로 가는 길이 지도 한 장 달랑 던져주고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리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고 더운 사람에게 그늘을 찾아주어 믿음을 쌓아 가며 결국 사람들과 같이 서비스가 성장하는 그런 길이어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알게 된 것.

그리하여 일일수학 서비스는 과감하게 변화를 주어, 당분간 회원 제도 자체를 없애 버렸다. 회원 제도라는 것은 그 사람이 회원이 되었을 때 명확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이 되어 정말 원해서 하도록 해야 하고, 그러한 요소를 만들어내는 것이 결국 서비스의 경쟁력일테니까. 덕분에 전체적인 서비스 flow가 예전에 비해서는 훨씬 깔끔해진 것 같다.

그리고 현재 2학년 2학기 교과 문제만 제공하고 있었고(3학년 1학기 컨텐트를 업데이트 준비 중), 이러다보니 이 서비스에 대해서 viral marketing이 일어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1) 서비스의 대상이 되는 고객이 한정되어 있다보니 쉽게 확산되지 못했고, 2) 기존의 교과 문제지는 한참 써보기 전에는 다른 사람에게 뭐라 추천해야할 지 아주 명확히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전학년 수학 교과서 중, 계산이 중심이 되는 모든 단원에 대하여 그 단원에서 다루는 내용에 관한 연산 문제지를 오픈했다. 구몬학습같은 계산 위주의 문제지를 모두 제공하는 셈. 연산문제지는 엄마들이 얘기를 많이 나누는 카페에서도 항상 단골로 올라오는 자료였기에, 막상 연산 문제만 다룬 문제집을 사자니 좀 아까운 경우 쉽게 한 두 장씩 출력하여 프린트해서 풀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엄마들한테 좀 더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는 예전처럼 채점을 해야 답안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푼 문제지를 보고 바로 쉽게 답안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메뉴를 제공하고 QR코드 등도 제공하여 엄마들이 가진 핸드폰에서도 바로 답안지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QR코드가 많이 이용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모바일에서의 접근성을 최대한 높이고자)

사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또 다른 큰 키워드는 바로 모바일이다. 현재 모바일 앱은 말할 것도 없고, 인터넷의 모든 링크에 대한 가장 강한 viral channel은 바로 카카오톡. 정보가 가장 많이 떠돌아다니는 곳이 카톡이기에, 거기서 바로 열어봤을때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했고, 모바일에서도 실제 프린트를 제외하고는(아이폰에서는 AirPrint 연결이 되어 있으면 프린트도 된다. 안드로이드는 앱을 만들어야 할 듯) 대부분의 기능을 쓰는데 문제가 없도록 만들려다보니 결국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회원 제도도 없애버리게 되었다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태블릿을 사용하는 경우라면, 정말 태블릿을 문제집처럼 사용하고 바로 연습장 갖고 문제를 푼 다음에 바로 답을 확인하는 형태로 써도 좋을 것 같기에, 모바일에서의 디자인을 먼저 고려하고 그 디자인을 웹에서 최대하는 수용하는 형태로 변화를 주었다.

회원/비회원의 구분을 아예 없애버리고(당분간은 회원 제도도 없는), 지금 당장 어필할 수 있는 핵심 컨텐트로 연산 문제지를 제공하고, 전체 서비스의 flow를 모바일 기준으로 바꾸는 이 과정은, 서비스의 작은 개편이 아니라 어찌 보면 pivoting에 해당하는 것 같다.

이러한 변화가 정답인지는 사실 아무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보다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내가 정말 만들어 내고 싶은 변화는,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없이는 아무리 (스스로 생각하기에) 멋진 서비스를 만들어도 그 서비스의 가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누군가 불러주기 전에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마침 이러한 개편을 준비하면서 "무엇이 스타트업을 좌절시키나?"라는 글에서 발견한 Airbnb의 사례가 이번 개편을 준비하면서 힘을 내는데 도움이 되기도... Airbnb의 초기 아이디어는 컨퍼런스 참가자를 위해 AirBed(공기를 주입한 비닐 매트리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 )

실행을 해보기 전에는 정말 모른다. 언젠가 정말 언젠가는 컴퓨터를 이용한 교육이 완전한 대세가 되는 날이 오고, 그 시절에 이 분야의 정말 대세라고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존재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믿는 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서비스는, 언젠가 올 그 때를 상상하고 만든 정말 멋지고 좋은 서비스가 아니라, 아주 작더라도 그 때 그 때 확실한 가치를 주변서 사람들과 같이 성장한 서비스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일수학이 그런 서비스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 )





Posted by 김범준 김범준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