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2012.11.14 23:55

서비스는 참 어렵다. 

서비스에서 사용할 카피 하나 쓰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음은 현재 일일수학의 메인 화면.

서비스가 주는 가치를 전달해야 할 화면에서,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기능들을 나열하고 있다는 점에서, 50점도 아까운 메인 화면... 일러스트가 아깝다... ㅠㅠ  어떻게 잘 바꿔보고 싶은데 지금은 문제를 입력하기에도 바쁜데다가 맘에 쏙 드는 다른 카피도 잘 안 떠올라서 일단은 놔두고 있는 상태.

아직 본격적으로 투자를 어떻게 받아야 할 지 고민해 본다거나, 창업 경진대회같은 데 나갈 생각을 하지 않다보니, 누군가를 대상으로 일일수학 서비스를 소개하는 소개 자료 하나 제대로 만들어 두질 못했다. 

어떻게 하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이 고민을 하다가 지난 주말에 문득 큰 아이 수학을 가르쳐 주다가 느꼈던 것을 통해 이 서비스를 소개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글을 쓴다.

주말에 아이가 푸는 수학 문제를 보는데 아래와 같은 문제가 있었다.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한 번씩만 사용하여 다음의 수를 만드시오.

1) 네 자리 수입니다. 
2) 천의 자리의 숫자는 둘째로 큰 숫자입니다.
3) 일의 자리의 숫자를 4배하면 천의 자리의 숫자가 됩니다.
4) 십의 자리의 숫자와 일의 자리의 숫자를 더하면 9가 됩니다. 
5) 각 자리의 숫자의 합은 26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이 푸는 문제가 뭘 이리 어렵나 하고 보고 있는데, 8972라는 정답을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얘기하는 거였다. 좀 의아해서 어떻게 풀었나하고 물었더니 의기양양하게 2)번 조건에서 천의 자리 숫자가 둘째로 큰 숫자이니 0~9 중에서 둘째로 큰 숫자는 8이고, 따라서 조건을 쭉 따라가면 아주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자랑하는 것이다. 

사실 우연히 답은 맞았으나 둘째로 큰 숫자라는 것이 그 수의 각 자리 숫자 중에서 둘째로 크다는 것이지 1~9 중에서 둘째로 크다는 말이 아니기 때문에 풀이 과정은 잘못되었다는. 그래서 아이한테 잘못 풀었다고 얘기해줄까 하다가 생각을 바꿔서 다음과 같이 문제를 바꿔서 내 주었다.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한 번씩만 사용하여 다음의 수를 만드시오.

1) 네 자리 수입니다. 
2) 천의 자리의 숫자는 둘째로 큰 숫자입니다.
3) 일의 자리의 숫자에 5를 더하면 천의 자리의 숫자가 됩니다.
4) 십의 자리의 숫자와 일의 자리의 숫자를 더하면 7이 됩니다. 
5) 각 자리의 숫자의 합은 22입니다.

3)번 조건을 만족하는 <천의 자리, 일의 자리>는 <6, 1>, <7, 2>, <8, 3>, <9, 4>가 있는데, 이 중에서 <9, 4>는 천의 자리의 숫자가 둘째로 큰 숫자가 될 수 없어서 탈락이고, <6, 1>은 4)번 조건을 적용하면 십의 자리가 6이어야 하는데 이미 사용했으므로 탈락. 따라서 가능한 경우의 수는 <7, 2>와 <8, 3>이 남게 된다. 

3)번 조건까지 적용해 보면 7X52와 8X43 중에 하나인데, 5)번 조건을 적용하면 7852와 8743이라는 수가 된다. 이 때 다시 2)번 조건을 생각해 보면 천의 자리의 숫자가 둘째로 큰 경우는 7852이므로 답은 7852.

이 문제를 다시 내주니 아이는 역시나 천의 자리에 8을 대입하고서 의기양양하게 8743이라고 대답한다. 아까 했던 것처럼 둘째로 큰 수는 8이라고 생각하고서, 나머지 조건들을 대입했기 때문에 모든 조건을 만족했다고 생각했을테니까.

아이의 대답에 그 답이 틀렸다고 말해 주고서 2)번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다고 얘기해 주었더니, 이게 그 뜻이었냐며 다시 혼자서 낑낑대고 풀고서는 좋아한다.

일일수학에서 하고 싶은 건 이런 것이다. (어쩌다 보니 위 예는 답은 맞췄으나 과정이 틀린 예를 들었지만) 아이가 잘 모르는 문제를 누군가 설명해 주고 그냥 넘어가거나, 똑같은 문제를 다시 풀어 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 문제를 이해하고 있는지를 약간 다른 문제를 내주어서 아이 스스로 익히게 하는 것. 정말 한국수학올림피아드 수준이 아닌 다음에는,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풀다 보면 대부분 금방 익히게 되어 있다.

지금도 일일수학에서 문제 단위에서는 저런 기능을 제공하고는 있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서비스를 잘못 만들어서 잘 쓰여지지 않을 뿐.ㅠㅠ  문제지의 답안지를 보는 화면으로 가면 각 문제 오른쪽에 아이콘이 나오는데 그 아이콘을 누르면 해당 문제에 대해서 다른 문제를 풀어볼 수 있게 된다.

위에서 해당 아이콘을 누른 경우는 다음과 같은 화면이 나와서 새로 고침 표시 비슷한 아이콘을 누르면 같은 유형의 다른 문제를 풀어볼 수 있게 된다.

일일수학을 통해 하고 싶은 것은, 이렇게 문제 단위에서 아이가 어려워하거나 헷갈려하는 것을 쉽게 익히게 하고 싶은 것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아이가 잘 풀었던 유형과 못 풀었던 유형을 분석해서 중간고사/기말고사 등을 대비할 때 자신이 예전에 잘 풀지 못했던 부분들을 자동으로 선별하여 맞춤 문제지를 풀어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대부분의 엄마/아빠들은 아이들이 어느 부분을 잘 하고 어느 부분을 못하는지도 사실 잘 모르고 있으니까... 웬만큼 정성이 없이는 파악하기도 힘들고, 파악한다고 해도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다. 문제집을 잔뜩 사서 풀리는 것 외에는. 나는 이걸 바꿔 보고 싶다.

새로운 내용을 배우는 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의 몇몇 대표 유형만 계속 숫자와 조건을 바꿔서 풀어 보면 훨씬 익히기 쉬울 것이다. 지금은 그 내용을 채 숙지하지도 못한 채 그 다음을 배워야 하고, 자신이 모르는 내용만을 제대로 점검해 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없기에 어느 순간 모르는 것이 쌓이고 수학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생겨난다. 이걸 바꿔 보고 싶다.

이렇게, 나는 '무언가 바꾸는 것을' 해 보고 싶다. 

일일수학을 통해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가치 말고,
일일수학이라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함으로써 나에게 주는 가치.

'무언가 바꾸는 것을' 해 보고 싶다.

내가 창업을 한 건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도 아니고(돈이 벌리는 걸 마다하진 않는다. :-), 회사 생활이 싫어서도 아니다. 내가 한 어떤 일의 결과가 다른 사람들의 삶의 일부분을 바꾸는 걸 해 보고 싶은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만약 NCsoft가 이 아이템을 내가 지금 생각하는 그대로 해 볼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굳이 창업하지 않았을 것 같다.

Entrepreneurship이라는 것은 꼭 창업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어느 곳에 속해 있건 간에, 기존과는 다른 무엇인가를 추구하고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그것이 Entrepreneurship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이미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발표도 났지만, 스프링노트 서비스는 DAU 5천명 정도는 꾸준히 유지되는 서비스였다. 

오픈마루를 하면서 첫번째(myID가 먼저 나오긴 했으나 인프라성 서비스이니 제외) 서비스여서 더욱 애착이 가는 부분도 있고, 가장 깊숙하게 참여한 프로젝트여서 더욱 애착이 가는 부분도 있지만, 지금도 나는 그 서비스를 만들었던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왜냐하면 그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던 수천 명의 사용자들은, 정말로 그 서비스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일일수학이라는 서비스를 몇 백만명이 이용하고(우리나라 초등학생 수가 300만명임 ^^), 그래서 돈도 많이 벌면 좋겠지만, 아주 아주 아주 소박한 욕심으로는 이 서비스를 정말로 좋아하고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용자가 만 명만 되어도 내가 회사를 나오고 창업을 하고 이렇게 서비스를 만드는 데 사용했던 시간들이 전혀 아까울 것 같지 않다. 물론 사업적으로는 몇 십만을 넘어서 백 만도 갔으면 좋겠다는 강한 열망을 갖고 있긴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The journey is the reward.'라는 말처럼, 무언가를 바꾸려는 생각을 해 보았다는 것, 그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로 실제로 의미있게 바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 자체가 정말로 큰 보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도 했고, 실천도 했으니, 이제는 의미있게 바뀌는 걸 겪어 보고 싶다. : )

Posted by 김범준 김범준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