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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04 법칙은 없다. (1)
분류없음2012.12.04 23:48

린스타업(Lean Startup)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Pivoting이라는 말도 덩달아 유행이다. 일일수학도 얼마 전에 Small Pivoting을 했다는 글을 적은 적이 있었으니까. : )

그런데 Lean Startup을 하면 정말 성공할 수 있을까. 물론 그것이 성공을 보장해 준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없지만 Lean Startup을 하면 성공의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는 것처럼 얘기되는것 같은데, 그것이 정말 맞을까?

Lean Startup은 성공을 하는 데 있어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로서의 의미 정도를 가질뿐이라고 생각한다. 적절한 도구가 있는데도 그걸 사용할 줄 몰라서 안 쓰는 것도 문제지만, 하나의 도구가 Silver Bullet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상황에 그 도구가 통할 거라 믿고 금과옥조처럼 생각하는 것도 아주 큰 문제이다.

스프링노트라는 서비스를 2008년 이후로 제대로 업데이트하지 못했었는데, 2008년 이후로도 꾸준히 그 서비스에 집중해서 계속 발전시켰으면 어땠을까. 에버노트의 자리를 차지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단순히 서비스를 붙잡고 개발한 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에버노트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수많은 선택들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거기다 운까지 따라줘야지만 에버노트처럼 되는 걸테지만.

샤워실의 바보라는 얘기처럼,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면 서비스가 터질 수 있는데, 괜히 이 방법도 아닌가보다, 저 방법도 아닌가보다, 계속해서 pivoting만 하다가 찬물과 뜨거운 물에서 원하는 온도를 못 찾고 계속 수도꼭지만 돌려대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실패에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실패라고 정의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서비스의 수치가 잘 나오지 않을 때, 최근에 업데이트한 기능이 문제일 수도 있고, 전체적인 flow가 문제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 서비스 자체가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을 풀려고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지금 제공하는 서비스는 어느 단계서부터 실패하고 있는 것인가?

데이터 분석을 정말 잘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물론 도움은 되나, 결국 어느 정도의 깊이로 들어가게 되면 직관의 영역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직관이라는 것도 논리적인 직관이라기보다는 서비스가 속해 있는 사회와 그 사회의 문화, 그리고 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성적인 부분까지도 같이 화학 작용을 일으켜서 결과로서 나타나는 것이기에 수학 문제처럼 정답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가장 유행하는 단어가 Lean Startup이다보니, Lean Startup 얘기를 했지만 이 말은 어떤 성공의 법칙으로 바꿔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모든 성공의 경험담에는 치열한 노력과 얼마나 현명한 판단을 내렸는지가 전설처럼 내려오지만, 그 노력과 현명함이 성공을 보장해 준 것이 아니라 마침 그 때 그렇게 준비했던 그것이 운좋게도 사회의 진화라는 큰 흐름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성공에는 법칙이 없다. 격언처럼 들리는 많은 말들은 이 시대의 자기 계발서처럼 그 문장 자체로서는 멋있고 의미있을지 모르나, 실제 적용으로 들어가면 결국 자신의 가치관과 환경과 맞물려서 취사선택해야할 여러 도구 중 하나가 될 뿐이다.

예를 들어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는 격언. 엔씨에서 MMORPG를 만드는 것을 보면서, 또 엔씨라는 회사가 97년에 세워지고 발전해 온 것을 보면서 저 말에 진짜 공감을 했었다. 지금도 저 말을 부정하지 않는다. 회사라는 것은 어떤 위대한 일을 혼자서는 할 수 없기에 같이 하기 위해 모인 사회이고, 큰 회사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위대한 일들이라는 것이 분명히 있는 법이니까. 애플이 최근 5년간 한 일들이 Startup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었듯이.

그런데 결국 위에서 말한 저 격언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느냐, 자신이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지게 된다. 누군가 말했듯이 저 말은 '적어도 함께 가면 빨리 가지는 못한다.'라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으니까. 

성공의 법칙이 없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얘기이고, 말이 나온 김에 실패의 법칙에 대해서도 잠깐 얘기를 해 보면, 어떻게 하면 실패하는지, 즉 실패의 법칙을 많이 알고 있다면 성공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을까? 그것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하면 반드시 실패하는 법칙을 50개쯤 알고 있으면 성공 확률이 50%쯤으로 올라가면 좋겠지만, 반드시 실패할수밖에 없는 그런 법칙들은 겉보기에는 전혀 다른 영역을 다루고 있는 것 같아도 결국은 사실 서로 통하는 얘기인 경우가 많다. 뭔가 실패할만한 원인 50개쯤을 제거한 것 같겠지만 실제로는 정말 문제가 될만한 것들 2-3개를 제거한 것에 그친다는 것.

물론 경험이 없다 보면, 말도 안 되는 실수들을 하고, 뻔히 실패가 예측되는 결정들을 내려서 실패하는 경우도 분명히 많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것들을 없애기 위한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성공의 언저리까지도 가기 전에 실패로 가는 기차를 타서는 안 되니까.

하지만 어떠한 법칙들이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여 주거나, 실패를 할 수 있는 확률을 비약적으로 낮춰 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말하는 성공의 법칙, 또 누군가가 말하는 실패의 법칙을 맹목적으로 믿어서도 안 되고 따라서도 안 된다.

그리고 누군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지금까지 알고 있는 지식과 판단도 그대로 믿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사람은 정말 겸손해야 하는 것 같다. 어제의 판단과 오늘의 판단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고, 오늘의 판단을 잘 하기 위해 항상 눈과 귀와 마음을 열어 놓아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고, 서비스를 둘러싼 모든 환경에 대해서도.

법칙은 예전 글에서 사용한 단어를 잠깐 빌자면 어떤 설계도의 설계 법칙같은 것일 수 있다. 빨리 실패해야 진화할 수 있어요라는 말은, 진화의 방향이나 선택 메커니즘을 의도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 할 수 있는 말인데, 진화는 하나의 흐름이며 그 흐름에 맞추는 것이지 흐름을 의도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부분만 놓고 보면 그 부분의 진화 속도(변화의 속도)가 느릴 수 있는 것이고, 그 상황에서는 느리게 변화하는 것이 바로 그 환경에 적합한 적자 서비스인 것이다.

결국 성공을 이끄는 것은 온전히 자신일 뿐이고, 그것이 어제의 자신이 아니라 변화하는 자신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누구의 말도 안 들을 수 있는 고집과 누구의 말이라도 겸허히 들을 수 있는 겸손함이 모순처럼 수없이 싸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로 글을 급 마무리해야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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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범준 김범준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