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2013.03.11 13:26

SK Planet으로 온 지도 벌써 한 달이 조금 넘게 지났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흔히 하는 얘기대로 회사에 적응하는 시기인지라,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라는 판단은 좀 더 뒤로 미룬채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회사를 바라보는 중이다. 물론, 이건 전사적 관점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내가 하려는 일만 놓고 본다면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일을 진행 중이다. :-)

중간에 잠깐 창업이라는 것을 해 보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나에게는 이번 직장이 4번째 직장이다. 그것은 곧 3번의 이직을 경험했다는 얘기. 가장 최근 NC를 나올 때 누군가(사실은 한 사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왜 NC를 나오려하냐고 물었고, 그 때 대답했던 것이 '미래가 두렵고,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어질까봐'라는 얘기를 했었다. 돌이켜보면 나의 모든 이직은 어찌 보면 두려운 상황에 놓이기 싫은 마음에 그 상황을 탈피하고자 하는 맘미 맞물렸던 것이 아닐까 싶다.

나의 첫번째 직장은 와이즈엔진이라는 곳이었다. 지금은 없어진 회사지만 정말 좋은 사람들이 있었던 회사였고, 그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바로 제로보드를 만든 고영수씨. 고영수씨 말고도 정말 실력 있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 회사에 들어가서 느꼈던 점은 내가 정말 형편없는 개발자라는 사실이었다. 

고등학교/대학교때 프로그래밍 경진대회에 자주 나가고 좋은 상도 많이 받았지만, 그건 대회 출제용으로 만들어진 Toy Program에 불과했던 것이고, 실제 프로덕트를 만드는 데는 알아야 할 것들이 훨씬 많았다. 코드 버전 관리부터 시작해서, 자바도 제대로 써 본 적이 없었고(디자인패턴같은 것도 전혀 몰랐었다), 리눅스 환경도 거의 처음이나 마찬가지로 어색했다. 다행히 팀장 역할을 하던 분이 다른 부분을 몰라도 잘 할 수 있는 모듈을(SQL 비슷한 언어를 하나 만든 후에, 그 언어로 여러 웹페이지에 산재된 데이터들을 원하는 조건에 맞춰서 하나의 테이블처럼 모아서 볼 수 있게 해 주는 모듈) 떼어서 맡겼고, 그 일을 맡아서 수행하면서 다행히 다른 분들한테는 폐 안 끼치고 밥값은 하고 지낼 수 있어서 다행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가 2001년 11월쯤인가, IT 관련 뉴스를 보다가 낯익은 이름을 발견한다. 정재웅이라는 고등학교 친구가 기사에 나왔는데, Java 쪽에서 가장 큰 컨퍼런스인 JavaOne 컨퍼런스에서 티맥스에서 만든 JEUS라는 WAS가 J2EE 1.2 인증인가를 세계 최초로 받은 것 관련하여 발표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때, 나는 엄청나게 큰 충격을 받았었다. 내 기억에 재웅이는 98년까지도 프로그래밍을 많이 해 본 경험이 있거나 그런 친구가 아니었는데, 티맥스에서 2~3년 일한 후에 JEUS라는 WAS를 만들어서 JavaOne 컨퍼런스에서 발표까지 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티맥스라는 회사를 대학원때부터 옆에서 보아왔기에 그 회사에 가면 얼마나 일을 많이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고, 그런 회사는 절대 안 간다고 생각했는데, 첫번째 회사에서 내가 얼마나 실력이 없는지를 느끼고 있던 차에 그 기사를 보고 내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 당시 나는 결혼을 슬슬 준비하고 있었고, 2001년에 터진 9/11 사태로 나의 첫 직장은 미국 쪽 회사에서 받기로 하던 투자 건이 연기되면서 2001년 막판에는 월급이 30% 정도 줄어서 지급되고 있었던 상황. 뭔가 인연이 닿으려는지 2001년 12월에 미리 얻어 놓은 신혼집을 살펴 보러 갔다가 친구와 연락되어 분당의 티맥스 사무실에 들렀다가, 지나가던 박대연 교수님이 친구와 얘기하는 나를 보고 '쟤는 누구냐'고 물으셨다가 이차저차되어 티맥스에서 입사 제의를 받게 된다.

그 때, 아내(가 될 사람)에게 대충 이런 얘기를 했었던 것 같다. "내가 빨리 배우고, 열심히 노력할 자신은 있는데, 지금은 너무 실력이 없는 것 같다. 결혼을 하고 살면서 내가 정말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정말 무지막지하게 일이 많은 회사지만 지옥훈련이라고 생각하고 지내다 보면 내가 정말 실력이 늘 수 있을 것 같으니, 나는 티맥스에 들어가고 싶다."고. (마침 처형도 신혼집 근처에서 살고 있고 해서 아내는 흔쾌히 그러라고 했었으나 정말로 주 당 100시간, 364일 출근할 지 알았다면 승낙을 안 했을 것 같다. :-)

그렇게 티맥스로 이직하고, 그 곳에서는 Tibero라는 RDBMS를 만드는 팀에 들어가서 4년 동안 일을 하게 된다. 주로 했던 일은 RDBMS의 storage system, transaction system, logging/recovery system, 그리고 data dictionary 및 request handler 등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일을 맡아서 했다. 당연히 혼자 한 것은 아니고 8명 정도 팀을 이뤘고, 팀 사람들끼리는 나름 죽이 잘 맞아서 비록 일은 많아도(일정은 정말 말도 안 되게 떨어져도 ㅎㅎ) 일 자체는 재미있게 몰두해서 했었다.

그렇게 평화롭게 지내다가, 2005년부터 구글이라는 회사가 IT 업계에 화두가 되면서, 나 또한 그 회사를 관심있게 지켜 보게 되었다. GFS라는 논문도 그렇고, MapReduce라는 논문도 그렇고. 그걸 보고 또 한 번 2001년에 느꼈던 충격을 먹게 되는데, 티맥스에서 개발하고 지내는 것이 정말 재미있고 좋기는 했는데, 뭐랄까 세상은 내가 바라보는 프레임을 넘어서 완전히 새로이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하나의 기계에서 어떻게 하면 최적화할 지를 고민하면서, 연속해서 읽어야 할 데이터는 X, X+1 주소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memory bus bottleneck를 막기 위해 X, X+8에 저장해서 읽어 내고 있고, lock만 하더라도 spinlock을 쓸 지, readers-writer lock을 쓸 지, 그리고 lock을 거는 단위도 hash bucket head에 걸 때와 실제 hash bucket node에 걸 때를 구분해서 쓰고 있는데, 구글은 그런 류의 최적화가 아니라 몇 천대, 몇 만대의 서버를 분산 시스템으로 연결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것이다. 

그 순간 내가 하는 고민들이 너무 국지적인 최적화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내가 지금 열심히 쌓아 올린 지식들이라는 것이 상당히 많은 부분 쓸모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리고 앞으로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도태되어 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 않으려면 티맥스에 오는 것을 결심했던 것처럼 새로운 기술 변화에 대해 또 도전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2005년 가을에 이 다음(그 당시 생각으로는 2007년쯤) 직장은 구글로 가야 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다.  

그렇게 구글의 시스템 관련해서 공부도 하면서, 원래 주어진 일도 열심히 하면서 시간을 보내던 도중, 김택진 사장님과 연결이 되고 엔씨에서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를 만들려 하는데 구글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그 때 어떤 책에서 똑같은 규모의 검색 트래픽을 처리하는데 구글은 야후의 1/3 정도의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대규모 인터넷 서비스를 하려면 기술적으로 탄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하는데 와서 그런 부분을 담당해 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아서 엔씨 입사를 결정하였다.

그러니까 엔씨를 갈 때는 뭔가 인프라시스템 개발자로 제안을 받았는데, 결국 서비스 조직의 총괄을 맡게 되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취업 사기를 당한 것 같다고 지인들에게 얘기하곤 했었다.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경력의 일을 해야 하는 것이어서 초반에 무척 당황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 때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좋은 경험들을 많이 했기에 돌이켜 보면 나에게 도움이 된 취업 사기라고 생각한다. 신일숙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다시피, 인생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삶의 의미를 가진다. :-)

2006년 2월에 엔씨에 입사하고 거의 6년이 되었을 무렵인 2012년 1월. 사실은 2011년 말부터 개인적으로 또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다. 2010년부터 센터장이라는(센터-실-팀 구조) 직책을 맡고 있었는데, 2011년 하반기부터는 내가 하는 일을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떤 실질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것이 거의 없는 것이다. 2011년 상반기까지는 실장도 겸임하면서 어떤 프로젝트의 경우는 실제로 그 프로젝트 관련해서 구체적인 의견도 내고 어떤 부분은 직접 정리하고 하던 게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정말 조직 관리만 하는 상황...

엔씨라는 곳에서 나라는 사람이 해야 하는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조직장의 역할이라는 것은 연관 조직간 이슈가 생겼을 때 이슈 해결, 그리고 조직이 하는 일을 대변해서 회사에 설명하는 것, 그리고 회사가 지향하는 바를 이해해서 그 부분들이 조직원들도 같이 바라볼 수 있도록 공유하는 일 등등. 이미 6년이라는 시간을 다녔고, 어떤 얘기는 누구와 해야 하는지, 어떤 일은 어떤 단계로 풀어 나가야 하는지, 그리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고, 그리 어렵지 않게 추진할 수 있었다.

엔씨에서 계속 머물면 편하게 일할 수 있었다. 물리적인 일의 양이 적다 많다의 문제가 아니라 일이 어떻게 흘러갈 지에 대해 어느 정도 예측이 되고, 그 예측 하에서 아주 어렵지 않게 대응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러한 시간이 계속될수록 마음 한 구석에는 불안한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렇게 몇 년이 지나면, 내가 갖고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 엔씨 안에서만 유효한(엔씨 안에서 어떻게 일이 흘러갈 지 알고, 어떻게 일을 풀어 나갈지는 알지만, 다른 회사에서는 그것이 통하지 않을 것이기에) 것이라면, 만약 내가 자의건 타의건 엔씨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하게 될 경우 나란 사람은 무슨 가치를 지녔다고 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실제 코딩을 해 본지도 몇 년이 지났고, 그렇다고 뛰어난 디자인 실력을 갖춘 것도 아니고, 뭔가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라는 것이 내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환경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정작 그 환경을 배제하고 바라본 나라는 사람은 가치가 없는 사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서 첫번째 든 생각은 다시 코딩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서는 코딩을 포함하여 무엇이 되었든 내가 실질적인 가치를 생산하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고 싶어졌다. 내가 정말로 누군가에게 일을 할당하거나 여러 이해 관계자들을 조율하는 식의 메타적인 일 말고, 실제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이 생각을 2012년 1월에 하고서 바로 회사를 나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나, 이미 맡고 있던 조직이 조금은 더 안정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고 해서 작년 말까지만 회사를 다니고 그 이후에는 새로운 회사를 가건, 아니면 창업을 하건 간에 뭔가 변화라는 것을 해 보아야 겠다고 생각을 하다, 결국 작년 여름에 회사 전체적으로 많은 구조가 변하는 시기가 왔고, 그 때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좋은 시기라 생각하여 작년 9월 초에 퇴사를 하게 되었다.

퇴사를 하고 몇 달 동안 일을 하고 나서 기분이 좋았던 건, 아직은 내가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누군가에게 일을 시키고, 그 일의 결과에 대해서 평가만 하고, 일을 하기 위한 구도와 환경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어떤 것에 빠져서 생각해 보고, 뭔가 해결하기 위한 안을 내보고,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일(그것이 단순 타이핑이라고 해도)들을 아직은 할 수 있구나라고 느낀 점이 가장 기분 좋은 일이었다.

돌이켜보면, 나에게 있었던 3번의 이직은 항상 두려움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이 그 당시 하고 있었던 일이 맘에 안 들거나 그 직장에서 힘들기 때문에 도망가고 싶은 현재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내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도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그 미래에 적합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답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직을 결심했던 것 같다.

SK Planet의 경우에는 NC를 떠나면서 바로 생각했던 그 다음 단계는 아니었고, 이 글과는 딱 맞지 않아서 여기서 풀어내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여러 상황과 사건들을 거치면서 합류하게 된 회사이기는 하지만, 이 때까지의 이직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도전하는 형태로 이루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SK Planet에서의 새로운 생활도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정말 서비스에도 국경이 없는 시기가 올 것이다. 이미 와 있기도 하고. 그리고 모바일이 더욱 더 중심이 되고, 이런 현상이 조금 더 심화되면서 Internet of Things라는 불리는 다양한 장치를 포함하는 서비스들이 더 많이 나올 거라고 본다. NC의 오픈마루 생활을 통해서 웹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서비스라는 것을 배우고 익혔다면, 이제는 모바일을 중심으로 여러 장치를 포괄하는 서비스에 대해서 배우고 익힐 수 있을 것 같다.

와이즈엔진, 티맥스소프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엔씨소프트까지. 내가 일이라는 것을 배우고 해 온 모든 곳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그 시기가 있었기에 항상 그 다음 단계가 가능했었던 것 같다. SK Planet도 정말 무언가 몰두해서 해 볼 수 있고, 그래서 내 스스로 돌이켜보며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곳이 되기를 희망하고, 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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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범준 김범준티스토리
분류없음2013.02.02 01:06

마지막으로 글을 쓴 게 1월 4일이니까 거의 한 달을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았다(못했다). 블로그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생각한 것이, 구애받지는 않되 짧지 않은 글을 써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고 정리하는 기회로 삼자는 것이었는데, 남들은 새해를 맞아 결심하는 마당에 새해가 되자마자 생각한 것을 행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다.


뭔가 순간순간 스쳐 지나간 생각들이 많았던 한 달이었다.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은 스쳐 지나가는 생각대로 정리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은 애써 무엇을 정리하려하기보다 그냥 아무 것도 안 하고 온전히 그냥 순간의 내 느낌에만 충실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오늘은 2월 2일. 2002년 2월 2일에 결혼했으니 결혼한 지 11주년되는 날. 그리고 어제는 2월 1일. 새로운 직장에 출근한 날이다. 2013년의 2월은, 이렇게 개인의 자그마한 인생에 몇 가지 이정표와 함께 시작하게 되었다. SK Planet으로부터 나와 같이 일하는 팀이 모두(라고 해봐야 나를 포함하여 3명이지만) SK Planet으로 들어와서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는 Acqui-hire 형태의 제안이 왔고, 최종적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여 이렇게 또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서비스에 대한 관심보다는 팀에 대한 관심으로 진행된 일이기에, 일일수학 서비스는 개인적인 취미(?) 생활로 계속 해 가기로 했다. SK Planet에서는 원한다면 회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로 생각하여 이후에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하였으나, 회사에서 서비스 자체에 매력을 충분히 느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서비스가 회사에 속해 있을 때는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하면서 서비스가 말라 죽어가는 상황을 봤었기 때문에 그냥 개인적인 취미 활동으로 하기로 했고, 법인은 청산 절차를 진행 중.


일일수학은 좀 더 서비스 컨셉을 뾰족하게 가다듬어서 실제로 사용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연산 문제 부분을 정말 쓰기 편하고 아이들의 학습 결과를 살펴 볼 수 있는 식으로 갈 지, 아니면 문제를 푼 결과에 따라 적정 난이도의 문제를 낸다는 컨셉에 걸맞게 각 단원을 대표하는 몇 가지 핵심적이면서도 어려운 유형의 문제와, 형태는 비슷하나 여러 난이도가 존재할 수 있는 유형의 문제로 발전시킬지는 고민 중. 어차피 큰 애는 꾸준히 수학 공부를 할 수밖에 없으니 큰 애가 어려워하는 문제 좀 봐 주다가 좋은 문제들을 계속 추가시켜 나갈까도 고민 중이다.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기 위해서는 개인 시간을 좀 빼서 작업해야 할 부분도 있고, 금전적으로도 약간 들어가는 부분이 있긴 하겠으나, 그래도 애초에 서비스를 시작할 때 생각했던 것처럼 내가 무언가 노력이나 금전적인 부분을 쓴다고 할 때, 이렇게 쓰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 중 하나가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다. 얼마 전 한 사용자 분이 보낸 메일에서도 "많이 이용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으니... :-)


실질적으로 Startup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생활은 작년 7월 말부터 올해 1월 말까지 딱 반 년 정도만 한 셈인데, 이 정도의 경험으로 startup 생활은 이렇더라고 말하는 것은 내가 전문연구요원으로 논산훈련소에서 4주 훈련받은 것 가지고서 군 생활이란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기에(^^), startup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미처 경험을 못 했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래도 몇 가지 느낀 점이 있다면, 내가 모자란 점이 무엇인지를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짧은 6개월의 생활에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정말 내가 복 받은 사람이라는 거다. 아무 조건 없이 여러 형태로 도움 준 분들, 그리고 힘낼 수 있도록 격려를 해 준 분들, 부족함이 많은데도 좋게 봐 주시고 여러 좋은 형태의 제안을 주신 분들. 모두 다 너무 고마운 분들이고, 감사한 분들이고, 운 좋게도 그런 좋은 분들이 내 옆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에 감사하게 된 것이 정말 지난 6개월의 시간을 돌이켜볼 때 가장 행복한 일인 것 같다.


2월. 28일이라는 짧은 기간을 가지고 있기에 어쩌면 더욱 설렐 수 있는 그런 달. 약간 모자라기에, 오히려 더 소중함을 느끼고 더 설렐 수 있는지도 모른다.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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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범준 김범준티스토리
분류없음2013.01.04 16:11

2010년 6월부터 2012년 7월 말까지 내가 엔씨소프트에서 했던 일은 빅데이터와 관련된 일이었다. 회사에서 나에게 맡긴 공식 직함은 '데이터센터'의 센터장이었으나, 그 업무와 관련하여 조직원들에게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또 어떤 경쟁력(회사 내에서건, 회사 밖과 비교해서건)을 갖추어 나갈 것인가 고민하다 2010년 7월부터 빅데이터라는 말과 Data Scientist/Engineer라는 말을 포함하여 조직과 조직원의 비전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작년 한 해 동안, 그리고 아마 올해도, 빅데이터라는 말이 엄청나게 화두였는데 엔씨소프트 내부적으로는 2010년부터(조금 거슬러올라가면 2009년부터) 대량의 데이터를 다루는 일을 했었다. AION의 경우 하루에 떨어지는 게임 로그량이 350G 정도 되었고, 작년 여름에는 리니지도 새로운 로그 포맷으로 바꾼데다가 블레이드앤소울까지 서비스를 시작하여 하루에 떨어지는 데이터만 해도 1T 정도였었으니 전통적인 RDBMS에 로그를 담아서 처리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렇게 2년을 빅데이터라는 새로운 기술(?)을 업무에 적용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결과물을 내는 업무 환경에 있다가 2012년 여름 회사를 나오게 되었는데, 지난 2년간 빅데이터와 관련되어 얻은 개인적인 결론 중 가장 중요한 것을 떠올려본다면 바로 서비스 디자인의 중요성이다. 좀 더 빅데이터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말해 본다면, 데이터 기반의 서비스 디자인의 중요성.

빅데이터 분야에서는 꽤 유명한 링크드인이라는 회사의 예를 들어서 얘기해 보면, 링크드인의 Chief Data Scientist였던 DJ Patil이라는 사람이 처음 Data Science 조직을 만들고 나서는 데이터 분석 결과를 여러 조직에게 제공했지만 그 결과가 제대로 쓰이지 않아서 결국 DJ Patil이 담당하는 조직 내에서 아예 서비스를 하나 직접 만들어서 보여주었고, 그 결과 해당 조직에서 만든 서비스를 링크드의 실제 웹서비스로 제공하면서 회사와 서비스가 좀 더 data driven 방향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엔씨소프트를 떠나기 전에 어떤 한 분이 나에게 이후의 career와 관련하여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었고, 그 분이 생각하는 career중 하나가 바로 Data Scientist였었다. 그런데 가만히 듣고보니 그 분은 데이터 분석을 하는 일에는 굉장히 재미를 느끼고 있었으나, 좋은 데이터 분석 결과를 다른 조직에서 왜 제대로 사용을 못하는지에 대해서 약간 불만을 갖고 계셨던 것 같았다.

그 분께 조언 드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난 2년간 일을 해 보니 결국 데이터 분석을 잘 했는데 다른 조직에서 왜 안 써줄까 하는 것은 그냥 데이터 쪽을 다루는 사람이 자기의 업무 영역에 선을 그어 놓고서 나는 잘 하는데 왜 다른 사람들은 못할까 하는 생각과 같은 것 같다. BigData와 전통적인 Business Intelligence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빅데이터로 유명한 구글/아마존/페이스북/링크드인과 같은 회사는 데이터가 사람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이미 그 회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전달되어 바로 이용되지만, 전통적인 B.I.는 데이터 분석 결과가 사람들에게 제공된다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앞으로 빅데이터와 관련하여 정말 중요한 사람은 데이터 분석가도 아니고, Hadoop으로 대표되는 어떤 기술을 잘 알고 사용하는 엔지니어도 아니라, 실제 데이터 기반의 서비스(그 서비스에서 나온 데이터를 해당 서비스에서 입력으로 사용하여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서비스)를 디자인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빅데이터라는 말이 굉장히 기술적인 용어같지만, 결국 어떤 트렌디한 말이나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핵심은 실제로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지를 고민하고 그 가치를 만들어 내는 수단으로 데이터가(사람이 아닌 시스템 단에서 자동으로)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것. 그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의 빅데이터 시장은, 기업 내 조직과 업무 프로세스 등으로 인해서 사실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서비스를 기획해서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B.I. 업무와 관련하여 새롭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용역을 팔고 있는 그런 상황인 것 같다. 현대카드에서 내놓은 마이메뉴 정도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인듯.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현대카드의 마이메뉴 서비스도 RDBMS 한 대 정도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양에 기반한 서비스다.(라고 추정한다. 귀찮아서 추정의 공식은 생략. ㅎㅎ)

결국 핵심은 '빅'이 아니라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는 서비스를 만들 것인가이고, 결국 중요한 건 분석이나 기술이 아니라 서비스 디자인이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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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범준 김범준티스토리
분류없음2013.01.03 20:41

2013년이 시작한 지도 벌써 이틀이 지나 1월 3일. 다른 블로그에서 2012년을 마무리하는 글들이 한참 올라오는 것을 보며 그 흐름에 꼭 보탠다는 의미가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여러 의미가 있는 해였기에 글을 쓰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12월 29일부터 꼬박 며칠을 아팠다. 29일 토요일에는 아이를 데리고 눈썰매장에 갔다 왔는데 추운데 음식을 좀 급하게 먹어서 그랬는지, 체한 것처럼 몸이 힘들더니만 계속 며칠을 아팠다. 최근에 좀 중요하게 결정하고 실행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그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긴장이 풀려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대부분 마무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일이 마무리가 안 되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며칠을 앓고 나니, 새삼스레 건강의 중요함을 깨닫고, 또 약해진 몸을 겪고 나니, 평소에는 여러 가지 요소로 인해 가리워져 있던 내면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한다. 

2012년에는 참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연초부터 슬럼프를 겪기 시작해서 회사를 나갈까 말까 고민도 했었고, 그러다 정신 차리고 원래 목표로 했던 수준까지 내가 맡은 업무를 진행해 보자고 의욕적으로 조직 개편을 하자마자 회사의 희망퇴직 소식이 흘러 나왔다. 그러다 실제로 어떤 가치를 생산하는, 메타적인 업무가 아닌 실질적인 업무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개인적으로 해 보고 싶은 것도 있어서 일일수학이라는 서비스를 만들고 창업까지 진행되었다. 

2013년은 이제 갓 이틀이 지나서 1월 3일, 새해라는 이름에 맞게 올해도 큰 변화가 있을 것 같다. 2012년에는 어떻게 보면 환경에 맞추어 나가는 반수동적인 결정과, 이미 큰 환경이 결정되었으니 이 환경 아래서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대응하는 반능동적인 결정, 그리고 창업이라는 개인으로서 크다고 보면 큰 결정까지 모두 혼합되어 있었는데, 2013년은 올 한 해 내내 내가 보다 능동적으로 삶을 대하고, 또 그렇게 행동하는 그런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소망하는 것을 이루려고 노력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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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범준 김범준티스토리
분류없음2012.12.04 23:48

린스타업(Lean Startup)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Pivoting이라는 말도 덩달아 유행이다. 일일수학도 얼마 전에 Small Pivoting을 했다는 글을 적은 적이 있었으니까. : )

그런데 Lean Startup을 하면 정말 성공할 수 있을까. 물론 그것이 성공을 보장해 준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없지만 Lean Startup을 하면 성공의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는 것처럼 얘기되는것 같은데, 그것이 정말 맞을까?

Lean Startup은 성공을 하는 데 있어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로서의 의미 정도를 가질뿐이라고 생각한다. 적절한 도구가 있는데도 그걸 사용할 줄 몰라서 안 쓰는 것도 문제지만, 하나의 도구가 Silver Bullet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상황에 그 도구가 통할 거라 믿고 금과옥조처럼 생각하는 것도 아주 큰 문제이다.

스프링노트라는 서비스를 2008년 이후로 제대로 업데이트하지 못했었는데, 2008년 이후로도 꾸준히 그 서비스에 집중해서 계속 발전시켰으면 어땠을까. 에버노트의 자리를 차지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단순히 서비스를 붙잡고 개발한 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에버노트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수많은 선택들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거기다 운까지 따라줘야지만 에버노트처럼 되는 걸테지만.

샤워실의 바보라는 얘기처럼,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면 서비스가 터질 수 있는데, 괜히 이 방법도 아닌가보다, 저 방법도 아닌가보다, 계속해서 pivoting만 하다가 찬물과 뜨거운 물에서 원하는 온도를 못 찾고 계속 수도꼭지만 돌려대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실패에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실패라고 정의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서비스의 수치가 잘 나오지 않을 때, 최근에 업데이트한 기능이 문제일 수도 있고, 전체적인 flow가 문제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 서비스 자체가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을 풀려고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지금 제공하는 서비스는 어느 단계서부터 실패하고 있는 것인가?

데이터 분석을 정말 잘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물론 도움은 되나, 결국 어느 정도의 깊이로 들어가게 되면 직관의 영역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직관이라는 것도 논리적인 직관이라기보다는 서비스가 속해 있는 사회와 그 사회의 문화, 그리고 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성적인 부분까지도 같이 화학 작용을 일으켜서 결과로서 나타나는 것이기에 수학 문제처럼 정답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가장 유행하는 단어가 Lean Startup이다보니, Lean Startup 얘기를 했지만 이 말은 어떤 성공의 법칙으로 바꿔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모든 성공의 경험담에는 치열한 노력과 얼마나 현명한 판단을 내렸는지가 전설처럼 내려오지만, 그 노력과 현명함이 성공을 보장해 준 것이 아니라 마침 그 때 그렇게 준비했던 그것이 운좋게도 사회의 진화라는 큰 흐름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성공에는 법칙이 없다. 격언처럼 들리는 많은 말들은 이 시대의 자기 계발서처럼 그 문장 자체로서는 멋있고 의미있을지 모르나, 실제 적용으로 들어가면 결국 자신의 가치관과 환경과 맞물려서 취사선택해야할 여러 도구 중 하나가 될 뿐이다.

예를 들어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는 격언. 엔씨에서 MMORPG를 만드는 것을 보면서, 또 엔씨라는 회사가 97년에 세워지고 발전해 온 것을 보면서 저 말에 진짜 공감을 했었다. 지금도 저 말을 부정하지 않는다. 회사라는 것은 어떤 위대한 일을 혼자서는 할 수 없기에 같이 하기 위해 모인 사회이고, 큰 회사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위대한 일들이라는 것이 분명히 있는 법이니까. 애플이 최근 5년간 한 일들이 Startup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었듯이.

그런데 결국 위에서 말한 저 격언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느냐, 자신이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지게 된다. 누군가 말했듯이 저 말은 '적어도 함께 가면 빨리 가지는 못한다.'라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으니까. 

성공의 법칙이 없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얘기이고, 말이 나온 김에 실패의 법칙에 대해서도 잠깐 얘기를 해 보면, 어떻게 하면 실패하는지, 즉 실패의 법칙을 많이 알고 있다면 성공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을까? 그것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하면 반드시 실패하는 법칙을 50개쯤 알고 있으면 성공 확률이 50%쯤으로 올라가면 좋겠지만, 반드시 실패할수밖에 없는 그런 법칙들은 겉보기에는 전혀 다른 영역을 다루고 있는 것 같아도 결국은 사실 서로 통하는 얘기인 경우가 많다. 뭔가 실패할만한 원인 50개쯤을 제거한 것 같겠지만 실제로는 정말 문제가 될만한 것들 2-3개를 제거한 것에 그친다는 것.

물론 경험이 없다 보면, 말도 안 되는 실수들을 하고, 뻔히 실패가 예측되는 결정들을 내려서 실패하는 경우도 분명히 많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것들을 없애기 위한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성공의 언저리까지도 가기 전에 실패로 가는 기차를 타서는 안 되니까.

하지만 어떠한 법칙들이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여 주거나, 실패를 할 수 있는 확률을 비약적으로 낮춰 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말하는 성공의 법칙, 또 누군가가 말하는 실패의 법칙을 맹목적으로 믿어서도 안 되고 따라서도 안 된다.

그리고 누군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지금까지 알고 있는 지식과 판단도 그대로 믿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사람은 정말 겸손해야 하는 것 같다. 어제의 판단과 오늘의 판단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고, 오늘의 판단을 잘 하기 위해 항상 눈과 귀와 마음을 열어 놓아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고, 서비스를 둘러싼 모든 환경에 대해서도.

법칙은 예전 글에서 사용한 단어를 잠깐 빌자면 어떤 설계도의 설계 법칙같은 것일 수 있다. 빨리 실패해야 진화할 수 있어요라는 말은, 진화의 방향이나 선택 메커니즘을 의도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 할 수 있는 말인데, 진화는 하나의 흐름이며 그 흐름에 맞추는 것이지 흐름을 의도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부분만 놓고 보면 그 부분의 진화 속도(변화의 속도)가 느릴 수 있는 것이고, 그 상황에서는 느리게 변화하는 것이 바로 그 환경에 적합한 적자 서비스인 것이다.

결국 성공을 이끄는 것은 온전히 자신일 뿐이고, 그것이 어제의 자신이 아니라 변화하는 자신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누구의 말도 안 들을 수 있는 고집과 누구의 말이라도 겸허히 들을 수 있는 겸손함이 모순처럼 수없이 싸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로 글을 급 마무리해야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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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범준 김범준티스토리
분류없음2012.11.28 12:17

최근 며칠 새에 LinkedIn의 CEO인 Jeff Weiner의 인터뷰를 두 개나 보게 되었다. 하나는 한성은이 본인 블로그에 번역을 해서 올린 글이고, 또 하나는 안우성님이 트위터에서 언급한 인터뷰 글이다. 하나는 뉴욕 타임즈에 올라온 글이고, 또 하나는 BusinessInsider에 올라온 글인데 말하는 핵심 내용은 비슷하다.

Jeff Weiner가 했던 좋은 말들이 많지만, 그 중 하나를 꼽아 본다면 다음 구절이다.

20년, 30년을 돌아볼 때, 당신이 성취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스스로 성취했다고 말하고 싶은 것. 그것이 바로 목적이 되는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그 목적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성공의 정의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까. 사람마다 답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어떤 단어의 정의라는 것을 살펴볼 때 공식적으로 이용하는 사전에 적혀 있는 의미는 다음과 같다.

성공 : 목적하는 바를 이룸

어이없을 정도로 아주 간단한 정의. '목적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 성공이다. 그래서 Jeff Weiner의 말은 정말 핵심을 찌르고 있다. 성공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얘기해 주어야 할 가장 중요한 조언은, 본인이 '목적하는 바'를 명확히 하라는 것이 정답인 것이다.

목적하는 바가 명확해졌다면 나머지는 모두 수단 또는 그 이후의 결과가 된다. 어떤 기술을 익히는 것, 창업을 하는 것, 심지어 돈을 버는 것도 목적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수단 또는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결과로 따라오는 것이 된다.

LinkedIn의 프로필에 적을 내용, 그것이 자신이 가진 어떤 기술이건, 혹은 자신의 현재 위치를 나타내는 직급이건, 자신이 어떤 일을 이뤘는지를 나열해 놓은 그 무엇이건 간에, 그 내용들을 멋있게 많이 나열해 놓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말 돌이켜봤을때 내가 성취했다고 얘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LinkedIn CEO의 인터뷰에서 생겼는데, 정작 LinkedIn의 프로필에 대해 이런 말을 하니 Jeff Weiner에게 살짝 미안한 생각이 든다. : )

지난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은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서 다만 얼마의 사람이라도 그 서비스로 인해서 유용성을 느끼는 것. 창업이라는 것은 NCsoft에서 이러한 일을(꼭 일일수학이 아니더라도) 새로 시작할 수 없었기에 택했던 수단일 뿐이고, 개인적인 성향이 과감한 risk taking을 하는 성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창업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건, Jeff Weiner의 인터뷰처럼 목적하는 바가 명확해지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현재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 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중간 과정에 대한 결론이 도출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하여 목적하는 바를 다시 한 번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죽기 전에 꼭 한 번 100만 명 이상이 애용하는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어 보자. 다짐 끝!
(뭐 목표가 좀 작다고 생각되면 나중에 1000만 명으로 늘리는 거고.. 일단은 소박하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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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범준 김범준티스토리
분류없음2012.11.14 23:55

서비스는 참 어렵다. 

서비스에서 사용할 카피 하나 쓰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음은 현재 일일수학의 메인 화면.

서비스가 주는 가치를 전달해야 할 화면에서,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기능들을 나열하고 있다는 점에서, 50점도 아까운 메인 화면... 일러스트가 아깝다... ㅠㅠ  어떻게 잘 바꿔보고 싶은데 지금은 문제를 입력하기에도 바쁜데다가 맘에 쏙 드는 다른 카피도 잘 안 떠올라서 일단은 놔두고 있는 상태.

아직 본격적으로 투자를 어떻게 받아야 할 지 고민해 본다거나, 창업 경진대회같은 데 나갈 생각을 하지 않다보니, 누군가를 대상으로 일일수학 서비스를 소개하는 소개 자료 하나 제대로 만들어 두질 못했다. 

어떻게 하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이 고민을 하다가 지난 주말에 문득 큰 아이 수학을 가르쳐 주다가 느꼈던 것을 통해 이 서비스를 소개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글을 쓴다.

주말에 아이가 푸는 수학 문제를 보는데 아래와 같은 문제가 있었다.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한 번씩만 사용하여 다음의 수를 만드시오.

1) 네 자리 수입니다. 
2) 천의 자리의 숫자는 둘째로 큰 숫자입니다.
3) 일의 자리의 숫자를 4배하면 천의 자리의 숫자가 됩니다.
4) 십의 자리의 숫자와 일의 자리의 숫자를 더하면 9가 됩니다. 
5) 각 자리의 숫자의 합은 26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이 푸는 문제가 뭘 이리 어렵나 하고 보고 있는데, 8972라는 정답을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얘기하는 거였다. 좀 의아해서 어떻게 풀었나하고 물었더니 의기양양하게 2)번 조건에서 천의 자리 숫자가 둘째로 큰 숫자이니 0~9 중에서 둘째로 큰 숫자는 8이고, 따라서 조건을 쭉 따라가면 아주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자랑하는 것이다. 

사실 우연히 답은 맞았으나 둘째로 큰 숫자라는 것이 그 수의 각 자리 숫자 중에서 둘째로 크다는 것이지 1~9 중에서 둘째로 크다는 말이 아니기 때문에 풀이 과정은 잘못되었다는. 그래서 아이한테 잘못 풀었다고 얘기해줄까 하다가 생각을 바꿔서 다음과 같이 문제를 바꿔서 내 주었다.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한 번씩만 사용하여 다음의 수를 만드시오.

1) 네 자리 수입니다. 
2) 천의 자리의 숫자는 둘째로 큰 숫자입니다.
3) 일의 자리의 숫자에 5를 더하면 천의 자리의 숫자가 됩니다.
4) 십의 자리의 숫자와 일의 자리의 숫자를 더하면 7이 됩니다. 
5) 각 자리의 숫자의 합은 22입니다.

3)번 조건을 만족하는 <천의 자리, 일의 자리>는 <6, 1>, <7, 2>, <8, 3>, <9, 4>가 있는데, 이 중에서 <9, 4>는 천의 자리의 숫자가 둘째로 큰 숫자가 될 수 없어서 탈락이고, <6, 1>은 4)번 조건을 적용하면 십의 자리가 6이어야 하는데 이미 사용했으므로 탈락. 따라서 가능한 경우의 수는 <7, 2>와 <8, 3>이 남게 된다. 

3)번 조건까지 적용해 보면 7X52와 8X43 중에 하나인데, 5)번 조건을 적용하면 7852와 8743이라는 수가 된다. 이 때 다시 2)번 조건을 생각해 보면 천의 자리의 숫자가 둘째로 큰 경우는 7852이므로 답은 7852.

이 문제를 다시 내주니 아이는 역시나 천의 자리에 8을 대입하고서 의기양양하게 8743이라고 대답한다. 아까 했던 것처럼 둘째로 큰 수는 8이라고 생각하고서, 나머지 조건들을 대입했기 때문에 모든 조건을 만족했다고 생각했을테니까.

아이의 대답에 그 답이 틀렸다고 말해 주고서 2)번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다고 얘기해 주었더니, 이게 그 뜻이었냐며 다시 혼자서 낑낑대고 풀고서는 좋아한다.

일일수학에서 하고 싶은 건 이런 것이다. (어쩌다 보니 위 예는 답은 맞췄으나 과정이 틀린 예를 들었지만) 아이가 잘 모르는 문제를 누군가 설명해 주고 그냥 넘어가거나, 똑같은 문제를 다시 풀어 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 문제를 이해하고 있는지를 약간 다른 문제를 내주어서 아이 스스로 익히게 하는 것. 정말 한국수학올림피아드 수준이 아닌 다음에는,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풀다 보면 대부분 금방 익히게 되어 있다.

지금도 일일수학에서 문제 단위에서는 저런 기능을 제공하고는 있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서비스를 잘못 만들어서 잘 쓰여지지 않을 뿐.ㅠㅠ  문제지의 답안지를 보는 화면으로 가면 각 문제 오른쪽에 아이콘이 나오는데 그 아이콘을 누르면 해당 문제에 대해서 다른 문제를 풀어볼 수 있게 된다.

위에서 해당 아이콘을 누른 경우는 다음과 같은 화면이 나와서 새로 고침 표시 비슷한 아이콘을 누르면 같은 유형의 다른 문제를 풀어볼 수 있게 된다.

일일수학을 통해 하고 싶은 것은, 이렇게 문제 단위에서 아이가 어려워하거나 헷갈려하는 것을 쉽게 익히게 하고 싶은 것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아이가 잘 풀었던 유형과 못 풀었던 유형을 분석해서 중간고사/기말고사 등을 대비할 때 자신이 예전에 잘 풀지 못했던 부분들을 자동으로 선별하여 맞춤 문제지를 풀어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대부분의 엄마/아빠들은 아이들이 어느 부분을 잘 하고 어느 부분을 못하는지도 사실 잘 모르고 있으니까... 웬만큼 정성이 없이는 파악하기도 힘들고, 파악한다고 해도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다. 문제집을 잔뜩 사서 풀리는 것 외에는. 나는 이걸 바꿔 보고 싶다.

새로운 내용을 배우는 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의 몇몇 대표 유형만 계속 숫자와 조건을 바꿔서 풀어 보면 훨씬 익히기 쉬울 것이다. 지금은 그 내용을 채 숙지하지도 못한 채 그 다음을 배워야 하고, 자신이 모르는 내용만을 제대로 점검해 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없기에 어느 순간 모르는 것이 쌓이고 수학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생겨난다. 이걸 바꿔 보고 싶다.

이렇게, 나는 '무언가 바꾸는 것을' 해 보고 싶다. 

일일수학을 통해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가치 말고,
일일수학이라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함으로써 나에게 주는 가치.

'무언가 바꾸는 것을' 해 보고 싶다.

내가 창업을 한 건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도 아니고(돈이 벌리는 걸 마다하진 않는다. :-), 회사 생활이 싫어서도 아니다. 내가 한 어떤 일의 결과가 다른 사람들의 삶의 일부분을 바꾸는 걸 해 보고 싶은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만약 NCsoft가 이 아이템을 내가 지금 생각하는 그대로 해 볼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굳이 창업하지 않았을 것 같다.

Entrepreneurship이라는 것은 꼭 창업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어느 곳에 속해 있건 간에, 기존과는 다른 무엇인가를 추구하고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그것이 Entrepreneurship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이미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발표도 났지만, 스프링노트 서비스는 DAU 5천명 정도는 꾸준히 유지되는 서비스였다. 

오픈마루를 하면서 첫번째(myID가 먼저 나오긴 했으나 인프라성 서비스이니 제외) 서비스여서 더욱 애착이 가는 부분도 있고, 가장 깊숙하게 참여한 프로젝트여서 더욱 애착이 가는 부분도 있지만, 지금도 나는 그 서비스를 만들었던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왜냐하면 그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던 수천 명의 사용자들은, 정말로 그 서비스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일일수학이라는 서비스를 몇 백만명이 이용하고(우리나라 초등학생 수가 300만명임 ^^), 그래서 돈도 많이 벌면 좋겠지만, 아주 아주 아주 소박한 욕심으로는 이 서비스를 정말로 좋아하고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용자가 만 명만 되어도 내가 회사를 나오고 창업을 하고 이렇게 서비스를 만드는 데 사용했던 시간들이 전혀 아까울 것 같지 않다. 물론 사업적으로는 몇 십만을 넘어서 백 만도 갔으면 좋겠다는 강한 열망을 갖고 있긴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The journey is the reward.'라는 말처럼, 무언가를 바꾸려는 생각을 해 보았다는 것, 그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로 실제로 의미있게 바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 자체가 정말로 큰 보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도 했고, 실천도 했으니, 이제는 의미있게 바뀌는 걸 겪어 보고 싶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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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범준 김범준티스토리
분류없음2012.11.12 09:29

이 블로그를 만들고 두번째로 썼던 글이 "플랫폼을 하기 전에 살아 남을 궁리부터" 라는 글이었는데, 그 때 댓글에서 잠깐 얘기했던 그 당시 오픈마루의 상황에 대해 잠깐 얘기를 해볼까 한다.

오픈마루가 만들어진 2006년은 Web 2.0이라는 단어가 가장 유행하던 때였으며, 소위 말하는 한국식 포탈이 아닌 플랫폼으로서의 서비스를 한다는 것이 오픈마루의 정체성처럼 생각되는 시기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결국 실질적으로 유의미한 결정들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이 바로 나였기에, 오픈마루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든 오픈마루 안의 내부 환경이든 누구를 탓할 것 없이 정말 나의 부족함에 안타까운 마음뿐이지만, 어쨌건 그 때 내가 스스로를 옭아맨 생각 중 하나가 바로 NC라는 회사가 자그마한 성공을 위해서 오픈마루라는 조직을 만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어쩌면 저러한 생각이 있었기에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모을 수 있었던 것이기도 했지만, 저 생각은 결국 우리가 거두어야 하는 성공의 무게감을 더 가중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조직 전체가 가벼운 발걸음보다는 무겁게 움직이게 되었던 부분이 있다.

오픈마루의 미션이 NCsoft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작고 가볍게 서비스를 만들어서 거두는 작은 성공(여기서의 '작은'이 의미하는 것은 1년에 몇십억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라고 보면 될 듯)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면서 더 큰 성공의 모습을 그리게 되고, 그 당시 Web 2.0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자연스럽게 플랫폼이라는 키워드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고민하면서 나온 전략(?)이, 바로 세상에 공개된 myID와 세상에 공개되지도 못하고 나중에 접혀버린 myDisk라는 프로젝트였다. 

그 당시 오픈아이디라는 기술을 선택한 것은 그 기술 자체가 지향하는 가치나 철학이 맘에 드는 것도 있었지만, (일단은 플랫폼을 한다는 커다란 전제 하에서 봤을 때) 오픈아이디 기술을 택하는 것이 사업적으로 오픈마루에게 이득이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우리가 A라는 서비스를 만든다고 했을 때, 그 A라는 서비스가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건 B, C, D라는 서비스를 만든다고 해도 마찬가지. 그런데 만약 우리가 만든 A, B, C, D라는 서비스가 모두 myID.net이라는 오픈아이디를 사용하고 있는데, 외부에서 오픈아이디를 사용하는 Z라는 서비스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그 Z라는 서비스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오픈아이디 서비스가 myID.net이라면 비록 그 서비스는 외부의 것이라도 오픈마루가 그 사용자가 어떤 서비스를 사용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대부분은 오픈아이디라고 하면 ID/PW 쪽만을 다루는 인증을 대신해 주는 서비스라고 생각했었지만, 실제로 myID.net을 통해서 하고자 했던 것은 그 아이디를 대표하는 프로필과 그 아이디와 다른 아이디간의 관계를 모두 myID.net에 담으려고 생각했었다. 

즉 어떤 아이디가 A, B, C라는 서비스를 사용한다면 그 정보가 본인의 동의 하에 myID.net 프로필에 담기게 되고, A라는 서비스에서 맺어진 친구 관계가 A라는 서비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myID.net 에서 제공하는 주소록에 담기게 되어 나중에 본인이 동의할 경우 myID.net을 이용하는 여러 서비스에서 그 주소록을 공유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결국 myID.net을 통해 노렸던(?) 것은, 오픈아이디라는 기술이 사용자 중심적인 인증 시스템이기도 했었지만, 사업적인 관점에서 오픈아이디를 이용하는 다른 서비스의 성공이 곧 myID.net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러한 성공이 다시 또 이후에 myID.net에 참여하는 다른 서비스의 성공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연결 구조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미투데이와 스프링노트, 그리고 라이프팟까지는 이런 흐름이 약간 보였기도 했었다. 

그리고 세상에 공개되지 못한 또 하나의 프로젝트는 myDisk라는 프로젝트였다. 이것은 요즘 유행하는 개인용 저장 클라우드 서비스 컨셉이었는데, myID를 이용하는 모든 사용자마다 10G의 용량을 제공하고, 이것을 myID를 이용하는 다른 서비스에서도 API를 통해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개인용 사진 앨범 서비스가 나왔고, 그 서비스가 myID.net을 이용한다면 그 서비스에서는 ID당 10G의 용량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고(물론 여러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용자라면 각 서비스당 10G가 아니라 한 아이디당 10G인 거지만) 이렇게 되면 개별 서비스를 만드는 쪽에서는 여러 가지 부담(스토리지 비용, 백업 처리 등)이 없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로운 서비스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리고 A라는 서비스에 올린 사진은 어차피 A라는 서비스의 것이 아니라 그 사용자의 것이므로(data portability 참조), 그 사용자가 B라는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B라는 서비스에서 API를 이용하여 쉽게 그 사진을 불러오고 B라는 서비스에서 보여줄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결국 오픈마루가 확보하고 싶었던 것은, 사용자의 서비스 사용 기록, 프로필, 관계 정보(주소록 정보), 그리고 그 사용자가 올린 컨텐트와 관련된 메타데이터였고, myID라는 서비스와 myDisk라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최대한 많은 3rd party 서비스를 끌어 당겨서 내부건 외부건간에 어떤 서비스라도 하나만 성공하면 그 서비스의 성공으로 인한 과실이 오픈마루가 제공하는 플랫폼 안으로도 들어올 수 있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플랫폼 내부 안에 쌓인 메타데이터들은 이후 다른 서비스가 myID와 myDisk를 기반으로 만들어질 때 다시 또 그 서비스들이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는 더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

만약 오픈마루가 NCsoft 안에 있는 조직이 아니었다면 당연히 저렇게 큰 그림을 그릴 생각도 안 했겠지만, 사실 NCsoft 안에 있었더라도 저런 그림은 그리지 말았어야 했다. 

논리적으로는 맞는 얘기일 수 있다. A라는 서비스 하나가 성공한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 어차피 서비스의 성공 확률은 10%가 안 되는데 그 확률에 조직의 운명을 걸 수 없다. 성공 확률을 최대한 높이는 것은 우리도 여러 개의 서비스를 만들고, 또 바깥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개의 서비스와 myID / myDisk를 연동하여 그 서비스 중 한 두 개라도 성공할 때 그 성공의 과실이 우리 쪽으로도 이어지게 하는 것이 전체적인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이라는 논리.

이러한 논리 하에 오픈마루는 하나의 서비스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을 보였고, 또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방향 하에 각 서비스 자체만 생각했을때의 완성도보다 이후 플랫폼으로서 동작할 때를 생각한 서비스 기획과 개발이 이루어졌었다. 그 당시 스프링노트를 만들던 팀과 마이아이디를 만들던 팀 간에 논쟁도 참 엄청났었다. : ) 스프링노트 팀은 마이아이디의 로드맵과는 별도로 그 서비스 자체적인 로드맵으로 발전시키길 원했었다. 

...

플랫폼이라고 말할 때,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API를 떠올린다. 하지만, 플랫폼이라는 말 뒤에 숨어 있는 진정한 속뜻은, 그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과 관련하여 이미 형성되어 있는 어떤 커다란 문화를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네이버는 우리가 흔히 낚시질이라고 폄하하는 부분은 있으나 뉴스라는 컨텐트를 소비하는 데 있어서 이미 너무나 커다랗게 형성되어 버린 문화가 존재하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뉴스 사이트들이 네이버의 변화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뉴스에 관한한 네이버를 뉴스 유통 플랫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가 된다.

또 다른 예로, 카카오톡이 애니팡으로 대표되는 게임 퍼블리싱 플랫폼으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그것은 단순히 카카오톡이 API를 제공했기 때문이 아니라(물론 API 제공은 필요 조건이긴 하지만) 게임에서 필요로 하는 하트라는 것을 요청하는 것이 크게 거리낌이 없는 메시징 문화가 이미 카톡에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비교하여 설명하면, SKT, KT, LGT가 어차피 SMS 시스템이 있으니 애플처럼 게임센터 앱을 하나 오픈한 후에 3rd party 게임 업체들에게 API를 제공하고 그 API를 이용하여 SMS 발송을 무료로 해주면 카톡에서의 애니팡처럼 큰 성공을 거둘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메시지가 전달된다는 기능적 관점에서는 똑같을지 몰라도, 카톡 메시지라는 것이 주는 정서적인 느낌과 SMS가 주는 정서적인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애니팡이 카카오톡을 이용해서 하트를 날린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를 비롯해서 특히나 개발자 출신들이 많이 하는 착각 중 하나는 서비스를 기능들의 집합체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서비스는 절대로 기능들의 집합이 아니며 그 서비스가 생기는 순간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형성된 하나의 문화와 같다. 

그리고 플랫폼이라는 것은 여러 서비스들 중에서, 그러한 문화라는 것이 굉장히 널리 퍼져 있으면서도 확고한 색깔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3rd party 업체들이 봤을 때 그 문화라는 것에 올라타서 이용하고 싶은 그 무엇이 명확히 존재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플랫폼은 절대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느 정도 성공한 서비스도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을진데, 우리가 플랫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서비스는 더욱 더 하루 아침에 완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그 전에 그 서비스 자체가 충분히 매력적이어야 하고 그 매력으로 인해 다른 데서 찾아 보기 힘든 '문화'라는 것이 넓고도 깊게 형성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난 글에서는 '플랫폼을 하기 전에 살아남을 궁리부터'라고 적었지만, 그것은 미래를 전혀 보지 않고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에 급급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진짜로 아주 작더라도 서비스가 진화하는 그 단계단계마다 그 시점에서 확실히 어필할 수 있는 무엇이 있어서, 비록 아주 좁고 얕더라도 그 서비스만의 색깔과 문화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집중은 결국은 언젠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거창하고 큰 머나먼 계획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순간에 절실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현재에 충실할 때 나온다고 생각한다. 아마존의 제프베조스 말처럼 대부분의 위대한 일이 피자 2판 정도를 나눠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사람 수 이하의 팀으로부터 나오는 것은, 결국 이러한 제약이 어쩔 수 없이 현재에 충실할 수 있게끔 유도를 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머니투데이에 실린 노정석 대표의 인터뷰에서 나왔던 것처럼 "어떠한 진화 단계에서 새로운 적자(適者)가 생기는 것이고, 이 적자가 카테고리를 확장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플랫폼이라는 것이 될 수 있는 것"이라는 얘기도 비슷한 얘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그 카테고리라고 하는 것도 흔히 생각하는 거창한 비즈니스 도메인 성격의 카테고리일 필요도 없다. 서비스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나의 기능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확장하다보면 어느 순간 이미 플랫폼의 모습을 갖춘 서비스가 될 지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노정석 대표의 말처럼 방향성을 가진 진화라는 것은 세상에 없다. 그냥 벌어지는 것. 강자생존이 아니라 적자생존인 것처럼 그 시기에 가장 적합한(가장 좋은 것이 아니라) 것이 살아 남아서 적자(適者)였다고 사후 해석될 뿐이다. 그렇기에 살아 남으려면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 중요한 것은 체력이나 지력같은 어떤 능력보다, 변화의 동인을 인지하고 그것에 적응하는 것이니까.

김택진 사장님이 해 주신 말씀 중 기억나는 것이 있는데, 세상의 많은 것들을 만들고 그것이 또 이루어질 때 사람들은 설계도(blueprint)를 가지고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것은 설계도라는 개념보다는 레써피(recipe)라는 개념에 훨씬 더 가깝다는. 설계도는 무언가 시작하기 전에 논리와 계산에 의해 나온 것이지만, 레써피는 계속해서 조금씩 바뀌어가며 자신만의 노하우처럼 몸에 익혀 쌓여 간 것이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플랫폼은 하루 아침에 탄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플랫폼은 어떤 전략으로 인해서 탄생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생태계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진화한 결과로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미래를 생각하되, 언제나 발은 땅에 붙어 있는 것.
현실을 직시하되, 이후의 문화를 떠올리고 제시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을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유연성과 실력. 마지막으로 운까지.
플랫폼을 만든다는건 그렇게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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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범준 김범준티스토리
분류없음2012.11.07 00:03

이번에 서비스 개편을 하면서 가져 갔던 큰 변화에 대해서는 바로 이전 글에서 설명을 했었는데, 미처 얘기하지 않은 작은 변화 중에서 '문의하기' 버튼을 메인 페이지에 노출하는 것도 있었다. (바로 아래 그림의 오른쪽 상단... : )

문의 내용은 아이가 1학년인데 1학년 교과문제지가 언제 추가되는지와, 시계를 배울 차례인데 시계 문제를 올려 달라는 내용. 첫 고객 문의라 어찌나 반갑던지... 그래서 바로 실시간 고객 만족 서비스 차원에서 오늘 오후에 바로 작업을 하여 다음과 같은 시계 문제지를 만들어서 제공.

그리고 고객님에게 두 가지 문의 사항 중 1학년 교과지는 아쉽지만 지금 제공되지는 않으며, 아이가 1학년인 것 같은데 내년부터 바로 쓰실 수 있는 2학년 1학기 교과문제지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답변과, 시계 관련해서 연산 문제지는 바로 오늘 저녁에 추가하였다고 답장 메일을 보냈다.

이렇게 하여 일일수학의 첫 번째 고객 문의 사항에 대한 대응을 마무리지었음.

누군가 관심을 가져 준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우리가 만든 서비스가 고객이 무엇인가 콕 꼬집어서 정확히 원하는 것을 얘기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것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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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범준 김범준티스토리
분류없음2012.11.05 08:14

어제 밤 10시부터 약 8시간 동안의 작업 끝에 오늘 새벽 6시쯤 서비스를 새로 개편하여 적용시켰다. 10/5에 처음 오픈했으니 꼭 한 달 만의 변화. 한 달만에 일어난 변화치고는 좀 큰 폭의 변화를 주었는데, 이 한 달 동안 또 다시 느낀 것은

  1. 내가 주고 싶은 것을 주는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고, 
  2.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실행을 통해 생각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일일수학이 지향하는 바는 애초에 밝혔듯이 학생이 어떤 부분을 잘 모르고 어떤 부분을 잘 아는지 분석하여 학생에게 맞춤 문제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건 서비스를 개편한 지금도 변하지 않는 지향점이다. 

그러나 한 달 동안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느꼈던 것은 확실하게 느낄 수 없는 좋아 보이는 가치에는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으며, 당장 자신에게 명확한 가치를 줘야지만 움직인다는 것. 이것은 얼마 전에 썼던 '플랫폼을 하기 전에 살아 남을 궁리부터'라는 글에서 얘기한 바와 마찬가지로, 뭔가 멋지고 대단한 가치가 있는 서비스를 만들기 전에, 작더라도 지금 당장 어필할 수 있는 확실한 가치가 명확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맞춤 컨텐트를 제공하려면 학생의 실력을 알아야 하고, 학생의 실력을 알려면 그 학생이 푼 결과에 대해 채점 결과를 입력받아야 한다. 이건 현재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습관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므로, 사람들이 지금 당장 확실히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맞춤 컨텐트를 주지 않는한 일어나기 힘든 일. 사람들이 변하려면 믿음을 줘야 하고, 그 믿음이 오랜 기간 동안 쌓여서, 믿을 수 있는 브랜드가 형성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어떻게든 맞춤 컨텐트를 제공하려면 채점 결과를 입력받아야 하기에 채점하지 않으면 만들 수 있는 문제지를 2개로 제한한 것은, 동네 조기축구회도 안 되는 수준의 축구팀이 입장료를 내야 우리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하는 것과 어찌 보면 비슷한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일일수학 서비스를 통해서 지금보다 좀 더 수학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지향점은 변하지 않았다. 단지 변한 것은 그 지향점으로 가는 길이 지도 한 장 달랑 던져주고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리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고 더운 사람에게 그늘을 찾아주어 믿음을 쌓아 가며 결국 사람들과 같이 서비스가 성장하는 그런 길이어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알게 된 것.

그리하여 일일수학 서비스는 과감하게 변화를 주어, 당분간 회원 제도 자체를 없애 버렸다. 회원 제도라는 것은 그 사람이 회원이 되었을 때 명확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이 되어 정말 원해서 하도록 해야 하고, 그러한 요소를 만들어내는 것이 결국 서비스의 경쟁력일테니까. 덕분에 전체적인 서비스 flow가 예전에 비해서는 훨씬 깔끔해진 것 같다.

그리고 현재 2학년 2학기 교과 문제만 제공하고 있었고(3학년 1학기 컨텐트를 업데이트 준비 중), 이러다보니 이 서비스에 대해서 viral marketing이 일어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1) 서비스의 대상이 되는 고객이 한정되어 있다보니 쉽게 확산되지 못했고, 2) 기존의 교과 문제지는 한참 써보기 전에는 다른 사람에게 뭐라 추천해야할 지 아주 명확히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전학년 수학 교과서 중, 계산이 중심이 되는 모든 단원에 대하여 그 단원에서 다루는 내용에 관한 연산 문제지를 오픈했다. 구몬학습같은 계산 위주의 문제지를 모두 제공하는 셈. 연산문제지는 엄마들이 얘기를 많이 나누는 카페에서도 항상 단골로 올라오는 자료였기에, 막상 연산 문제만 다룬 문제집을 사자니 좀 아까운 경우 쉽게 한 두 장씩 출력하여 프린트해서 풀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엄마들한테 좀 더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는 예전처럼 채점을 해야 답안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푼 문제지를 보고 바로 쉽게 답안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메뉴를 제공하고 QR코드 등도 제공하여 엄마들이 가진 핸드폰에서도 바로 답안지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QR코드가 많이 이용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모바일에서의 접근성을 최대한 높이고자)

사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또 다른 큰 키워드는 바로 모바일이다. 현재 모바일 앱은 말할 것도 없고, 인터넷의 모든 링크에 대한 가장 강한 viral channel은 바로 카카오톡. 정보가 가장 많이 떠돌아다니는 곳이 카톡이기에, 거기서 바로 열어봤을때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했고, 모바일에서도 실제 프린트를 제외하고는(아이폰에서는 AirPrint 연결이 되어 있으면 프린트도 된다. 안드로이드는 앱을 만들어야 할 듯) 대부분의 기능을 쓰는데 문제가 없도록 만들려다보니 결국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회원 제도도 없애버리게 되었다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태블릿을 사용하는 경우라면, 정말 태블릿을 문제집처럼 사용하고 바로 연습장 갖고 문제를 푼 다음에 바로 답을 확인하는 형태로 써도 좋을 것 같기에, 모바일에서의 디자인을 먼저 고려하고 그 디자인을 웹에서 최대하는 수용하는 형태로 변화를 주었다.

회원/비회원의 구분을 아예 없애버리고(당분간은 회원 제도도 없는), 지금 당장 어필할 수 있는 핵심 컨텐트로 연산 문제지를 제공하고, 전체 서비스의 flow를 모바일 기준으로 바꾸는 이 과정은, 서비스의 작은 개편이 아니라 어찌 보면 pivoting에 해당하는 것 같다.

이러한 변화가 정답인지는 사실 아무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보다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내가 정말 만들어 내고 싶은 변화는,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없이는 아무리 (스스로 생각하기에) 멋진 서비스를 만들어도 그 서비스의 가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누군가 불러주기 전에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마침 이러한 개편을 준비하면서 "무엇이 스타트업을 좌절시키나?"라는 글에서 발견한 Airbnb의 사례가 이번 개편을 준비하면서 힘을 내는데 도움이 되기도... Airbnb의 초기 아이디어는 컨퍼런스 참가자를 위해 AirBed(공기를 주입한 비닐 매트리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 )

실행을 해보기 전에는 정말 모른다. 언젠가 정말 언젠가는 컴퓨터를 이용한 교육이 완전한 대세가 되는 날이 오고, 그 시절에 이 분야의 정말 대세라고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존재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믿는 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서비스는, 언젠가 올 그 때를 상상하고 만든 정말 멋지고 좋은 서비스가 아니라, 아주 작더라도 그 때 그 때 확실한 가치를 주변서 사람들과 같이 성장한 서비스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일수학이 그런 서비스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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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범준 김범준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