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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2012.10.08 18:06

블로그 글을 써 보는 게 정말 오랜만인것 같다.

2010년 6월 21일, 오픈마루 블로그에 마지막 포스팅을 쓰고서 블로그에는 글을 적지 않았다. 트위터랑 facebook 약간 이용하는 정도로 그렇게 2년을 넘게 지냈다.

2012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7/31에 엔씨소프트에서의 마지막 출근을 한 이후, 작년에 못 썼던 휴가까지 포함하여 8/1부터 9/8까지 휴가를 사용하였고 공식적으로 9/8에 퇴사를 했다. 8/1부터 9/8일까지라는 어마어마하게 긴 휴가 기간 동안은, 하와이도 가고, 스페인도 가고, 호주도 가면 좋았겠지만, 지난 주 금요일인 10/5에 오픈한 일일수학이라는 서비스를 만드느라 시간을 보냈다.

2006년 엔씨소프트에 입사해서 팀원 1개월, 오픈마루 실장 4년 2개월, 데이터정보센터 센터장 2년 1개월. 개인적으로는 너무 많이 배우고, 가진 능력에 비해 정말 많은 기회를 얻었던 그런 시간들. 엔씨라는 회사를 나오는 그 순간까지도 내가 맡고 있던 조직에 있는 분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었다. "내가 엔지니어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면 계속 엔씨에 다닐 거라고. 나는 이미 엔씨에서 더 이상 직접적으로 가치를 생산하는 역할이 아니라, 그러한 사람들이 가치를 잘 생산할 수 있도록 메타적인 일을 하는 역할인데, 더 이상 나이 들기 전에 직접 가치를 생산해 보고 싶다고." 

그랬다. 내가 엔씨를 나온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매니저의 역할만이 아니라 내가 직접적으로 가치를 생산할 때의 즐거움, 무언가 어떤 일을 돌파해 나갈 때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를 김택진 사장님께 말씀 드렸을 때, 사장님께서는 정말 고맙게도 엔씨 내에서 다시 한 명의 엔지니어로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말씀하셨으나 그럴 수 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바로 내가 일일수학이라는 서비스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일일수학이라는 서비스를 만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여러 가지 이유를 관통하는 부분 중 하나는 굉장히 생뚱맞게도 아이들에 대한 연민이다.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에 대한 연민.

나도 이제 큰 애가 초등학교 2학년인데, 어쩌다 가끔 주말이나 그럴 때면 아이가 수학 문제를 물어볼 때가 있다. 아직까지는(이라고 쓰고 겨우겨우라고 읽는다) 아이 문제를 풀어줄 수 있어서 설명을 해 주었는데, 며칠 뒤에 보니 같은 문제를 또 해결하지 못하는 거다. 그러니까 사실 내 설명을 이해하지 못한 거고, 그건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나의 잘못이 맞다.

그래서 아이에게 다시 한 번 설명을 해 준 후에, 이번에는 내가 직접 해당 문제를 조금 바꿔서 문제를 내 주었다. 그리고 이왕 문제를 바꾸는 김에 문제 지문에 나와 있는 '종석'이라는 이름을 아이의 이름으로 바꾸고, 아이가 학교 갔을 때 몰래 동생이 사탕을 먹었다고 문장을 바꾸고, 문제에 나온 숫자까지 바꿔서 다시 문제를 내 주었다.그렇게 문제를 바꾸고 나니, 아이가 즐거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전에 수학 문제를 여러 번 가르쳐 주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아빠로서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이 수학 문제를 풀 때 얼굴을 찌뿌리지 않고 좀 더 재미있게 풀 수는 없을까... 그게 첫번째 불씨였다.

두번째 불씨를 느낀 건 작년 말이었다. 서울의 초등학교는 중간/기말고사가 금지되어 있는데, 어쨌거나 아이들의 학습 능력 평가는 해야 하니 수학 과목의 경우 학기 말에 수학경시대회라는 것을 보고 있었다. 작년이면 큰 애가 초1이니 사실 말이 수학경시대회이니 예전 기말고사와 비슷한 수준의 문제이다. 사실 초1짜리 학생한테 또 얼마나 어려운 문제를 낼 수 있겠는가. 

그런데, 시험을 앞두고서 시험 준비는 해야겠고, 이미 학기 초에 샀던 문제집 1권은 다 풀었으니 아이 엄마가 고민을 하다가 또 한 권의 문제집을 사는 것이다. 쩝... 문제집 사는 돈이 아까운 게 아니라, 그 문제집을 풀고 있는 아이가 안쓰러웠다. 시험을 앞두고 전체적으로 모의고사 형태로 푸는 거야 시험 보는 요령도 익힐겸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왕 산 문제집이다 보니 교과서 각 페이지마다 연결된 기본문제도 전부 같이 풀어야 한다는... 나나 아내나 그 모습이 안타까워 결국 맨 마지막에 있는 단원 평가만 풀고 말았는데, 새로 사 놓고서 전체를 다 풀지도 않는 그 기분 또한 뭔가 낭비인 것 같아 찜찜했다.

세번째이자 마지막 불씨는 올해 초. 개인적으로 2년 정도 큰 금액은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어떤 아이를 후원하고 있는데, 가끔씩 그 아이한테서 편지가 온다. 그 아이는 이미 중학생. 겨울 교복을 살 돈이 없었는데 지난 번 보내 준 돈으로 겨울 교복을 살 수 있어서 좋았다는 그런 이야기. 문득 몇 달 전에 문제집 사건을 떠올려보니 어느 쪽에서는 문제집을 몇 권씩 사서 풀고 있고, 또 어디선가는 한 권의 문제집을 살 돈이 없는 그 상황에 마음이 무거웠다.

사실 후원을 하면서도 이것이 정말로 내가 사회에 기여하는 적절한 방법이 맞는가 하는 것에 계속 마음이 불편했었다. 그 돈이 만원이건, 십만원이건, 몇십만원이건간에 어찌보면 돈을 기부하는 거야 말로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으니까. 정말 내가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가진 무엇(개인의 재능은 아닌 것 같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때 지금의 '일일수학'같은 서비스를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중학교,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기회의 불평등은 어쩔 수 없겠지만, 초등학교때까지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기회를 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적어도 문제집 한 두 권이 살 돈이 없어서 학습을 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정리하면,

  1. 아이에게 수학이라는 과목이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덜 딱딱하게 느껴지면 좋다 생각했고,
  2. 무작정 많은 문제를 푸는 것보다는 자신의 수준과 약점을 고려하여 문제를 푸는 게 좋다 생각했고,
  3. 정말 돈이 없는 아이들도 기본적인 수학 학습에 필요한 문제지 정도는 풀 수 있음 좋다 생각했다.

이게 내가 일일수학이라는 서비스를 만든 이유이다. 

처음에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무료,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돈을 받는 형태로 생각했으나, 수학이라는 과목에 대해 많은 학생들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면(단원 별로도, 각 문제 유형 별로도) 그 정보를 다시 수학 과목에 대한 커리큘럼을 작성할 때 참고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전체적인 수학 교육에도 뭔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여 그냥 무료로 결정. 

서비스가 가치가 없다면 적은 사람들이 사용할 것이고, 가치가 없다면 어차피 돈을 받는 모델로 갔어도 돈을 못 벌었을 것이고, 그 반대로 서비스가 가치가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다면 그걸 바탕으로 무얼 해도 할 수 있을 거니까.

오랜만에 쓰는 개인 블로그의 첫 글로 서비스 소개 글을 쓸 생각은 없었는데, 결국 블로그라는 것도 현재 생활이 투영될 수밖에 없고,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문득 문득 생각났던 것들을 한 번에 터뜨리다보니 이렇게 재미없는 서비스 소개 글이 되어 버렸다는...

앞으로는 그 때 그 때 생각나는 것들을 좀 써 봐야겠다. 나름 생활의 기록이 되기도 할 터이니.
(그나저나 글 진짜 길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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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범준 김범준티스토리